채널에이, 출연 시사평론가 책임 함께 인정해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 부부를 ‘5대 종북부부’로 소개한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와 시사평론가의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박종택)는 이 전 대표 부부가 채널에이와 시사평론가 이봉규(5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이 전 대표 부부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이 전 대표에게 500만원, 남편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종북부부’라는 표현으로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 전 대표 남편 사진을 무단으로 공개해 초상권을 침해한 점을 인정, 이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시사평론가 이씨가 채널에이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이 전 대표 부부가) 종북인사로서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부정하고 적국인 북한을 찬양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이 전 대표 부부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채널에이와 이씨가 방송과정에서 이 전 대표 남편의 사진을 동의없이 무단으로 공개해 초상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채널에이 측은 “생방송의 특성상 이씨 발언을 예상하거나 통제하기 어렵고 공정한 방송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방송의 주제가 이미 ‘5대 종북부부’로 정해져있었고 그에 해당하는 인사들 사진과 성명이 담긴 차트 역시 사전에 준비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채널에이 측이)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아간 것”이라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표 부부가 종북부부라는 점과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다는 점을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주장도 “종북활동을 인정할 근거가 없고 이 전 대표가 국민의례하는 장면이 담긴 증거들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위사실을 진실로 오인하고 공익을 위해 적시하는 경우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지 않게 되지만, 이 사안의 경우 진실로 오인했다는 채널에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13년 2월 채널에이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한 시사평론가 이씨는 이 전 대표 부부와 한명숙 전 장관 부부, 김재연 전 의원 부부, 황선 부부, 한상렬 목사 부부 등을 ‘5대 종북 부부’로 순위를 매기고 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 전 대표 부부는 채널에이와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를 맡은 김종귀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종편의 마구잡이식 종북놀이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로서 환영한다”면서 “지난해 이미 서울고등법원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구체적 사실적시로 치명적인 명예훼손 표현에 해당한다고 확인한 것을 다시 한 번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종북’이라는 표현 자체로 구체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 ‘종북’표현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종북’이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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