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2014년부터 일했는데 일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였습니다. 계약서는 위임계약, 위탁계약 등으로 근로계약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근무조건을 검토해 보면 회사가 모든 시스템을 제공하고 의뢰인은 노동만 제공했고 회사가 부여하고 지시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근로자성이 두드러지는 사안이어서 상담 단계부터 승소확률이 80%가 넘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해고될 때 계약기간이 7달이 남았습니다. 이런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면 곤란합니다. 구제절차 진행 중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지위가 소멸되어 구제의 이익 또는 소의이익이 없어져 버리니까요.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 첫 번째 청구취지가 ‘피고가 2018. 11. 00.에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인데 이러한 해고무효확인청구도 계약기간이 도과되면 ‘각하’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민사사건은 두 번째 청구취지에서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데 임금청구는 유효하게 남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퇴직금을 청구해야 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민사소송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소송 작성 시부터 해고무효확인은 청구하지 않았고,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임금만 청구했으며, 소송 중 계약기간이 만료되자마자 퇴직금을 플러스하여 청구금액을 늘렸습니다.
요즘 민사사건은 첫기일 전에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노동사건의 경우 노동자 입장에서는 절박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필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근로자성이 문제되는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버리면 회사 운영에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퇴직금뿐만 아니라 주휴수당, 연차수당, 근로시간 제한 등 여러 부담이 발생됩니다. 그래서 조정성립이 거의 되지 않습니다. ‘아무개가 소송해서 돈을 조정형태로 돈을 받아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회사입장에서는 굉장히 곤란하니까요. 하지만 패소하는 것보다는 조정으로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조정가능성은 약간 열려 있습니다.
퇴직금까지 포함해서 청구금액이 7,500만원이었는데 6천만원으로 조정결정이 이루어졌고 쌍방이 다투지 않아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조정이 불성립되고 본안재판으로 계속 이어졌다면 의뢰인이 해고기간 중 5달 동안은 다른 회사에서 일해서 소득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중간수입공제로 900만원 정도 감액해야 했고, 승소시 세금을 원천징수당할 것까지 감안하면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조정관이 보기에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어서 우리측에게 유리한 조정조건을 제시한 것입니다.
저는 회사가 조정에 이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의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우리의 서면을 보고 승산이 거의 없다고 보고 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대리인을 통해서 저에게 ‘원고가 이 사건 조정 결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습니다. 의뢰인도 그렇겠다고 해서 원만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도 조정취지에 맞게 이글에서 법원명이나 사건번호를 일체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해고사건을 십수건 했는데 조정으로 마무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판결로 끝나면 퇴직금과 임금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원천징수를 하고 지급합니다. 판결문에 기재된 금액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지급하는 것이죠. 보통 회사들은 세무사무소에 문의해서 처리합니다. 소송이 길어지는 경우 과세연도가 지났다며 ‘기타소득’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임금은 근로소득세를 징수하고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을 원천징수 하기도 했습니다. 기타소득은 세율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22%를 공제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회사의 원천징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회사가 승소금을 덜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강제집행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럼 회사는 강제집행이의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그럼 또 분쟁이 계속되게 되지요. 그러다보니 손해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냥 마무리한 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