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귀 변호사의 승소사례13

▶ 과로에 의한 사망사건 산재 승소

<사건 개요>

제가 2012년에 처음으로 맡았던 산재 사건이었습니다. 
망 박00(1971년생)은 1997. 11. 00(주) 여주공장 생산부에 입사하여 성형과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던 중 2010. 9. 1. 야간근무 후 퇴근하여 집에서 쉬던 중 낮 12시경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요양하였고 2010. 9. 8.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헤르니아, 뇌간헤르니아로 인한 급성심폐정지로 사망한 근로자입니다. 이에 처인 원고 김00이 망인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재해 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되었습니다. 
   
□ 재해 근로자의 건강상태 및 기왕증
재해근로자는 1971. 8. 13. 출생하였고 재해발생 당시 만 39세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재해근로자가 피재사업장에 입사한 이래로 감기, 근골격계의 요통 및 염좌로 인하여 치료를 받은 적은 있으나, 재해근로자의 사인으로서 밝혀진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과 관련된 뇌심혈관계 질환을 치료받은 이력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재해근로자가 2008년에 혈압이 150/95mmHg로 어느 정도 상승하기는 하였지만 약물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를 통해 오히려 2009년도에는 135/91mmHg로 낮아지고 있었고 콜레스테롤 수치의 경우 정상기준(120-220㎎/㎗)에 포함되는 해당하는 150~160㎎/㎗사이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건강한 수준이었습니다.
     
재해근로자는 혈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흡연습관이 전혀 없고, 음주 역시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피재사업장의 근로자 동호회인 산악회에 가입하여 가벼운 등산을 즐기고 휴일에는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던 중, 2010년 7~8월 12시간 연속근로 및 2교대 근무의 증가 등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 증가로 인하여 재해발생일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여 치료 중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 재해 근로자 업무기간 및 주된 내용
재해자는 1997. 1. 27. 피재사업장에 입사하여 재해발생 당시까지 약 13년 동안 판유리, 기능유리 등을 제조하는 생산부 소속 성형과에서 근로하여 왔습니다. 유리를 녹인 액체를 틀에 굳히는(냉각) 과정에 대하여 기계를 통해 유리의 두께, 넓이, 인출량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오차가 없도록 기계로 조작하는 오퍼레이팅 업무를 수행하여 왔습니다. 
     
□ 재해 근로자의 근로형태
재해근로자는 소정근로시간이 주40시간, 3교대근무로 정하여져 있지만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거의 10시간씩 앞서 밝힌 바와 같은 유리 성형을 조작하는 오퍼레이팅 업무를 수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하계 휴가철인 7~8월에는 같은 조에서 휴가 중인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할 근무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재해근로자는 같은 조 근로자들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그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여야 했기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으로 심지어 하루 16시간 이상 업무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으며 재해근로자가 휴가를 다녀온 직후에는 3교대가 아닌 2교대로 12시간씩 연속으로 근무하다가 휴일 없이 야간근무를 수행하는 날이 많았고 심지어 약 20일 동안 단 하루의 휴일을 제외하고 모두 업무를 수행하여야 했습니다.    

<판결 결과>

과로성 재해로 사망한 사건은 승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사망 직후에는 주변 동료들이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으니 사건 초기에 업무내용에 대한 조언과 사실확인서를 받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도 산재처리에 부정적이고요.

이 사건은 망인이 일하다가 쓰러진 것이 아니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다가 쓰러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망인이 당연히 승소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일하다가 픽 쓰러지면 산재 승인에 더 유리하기는 하지만 쓰러진 시간과 장소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망인은 휴가철에 동료 근로자들이 비운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거의 쉬지 않고 일했고 근로시간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화학공장의 특성상 공장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야간 교대근무가 이루어졌습니다. 공장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에 따라 비교적 정확히 임금계산이 되기 때문에 근로시간 파악이 용이했습니다. 게다가 사고 발생 전날 낮에 더울 때에 평소하지 않는 야외작업을 땡볕에서 했던 사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정 결과가 잘 나와서 어렵지 않게 승소하였습니다. 

망인은 우리 나이로 40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원고의 나이는 37세였습니다. 어린 아이(4살 6살)가 둘이었습니다. 원고는 평범하게 집에서 아이만 돌보는 전업주부였는데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여 아이들을 키울려고 조그마한 공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일하면서 아이도 돌보느라 너무 바빠서 소송 중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승소하여 원고는 아이들이 성년이 될때까지는 망인이 받던 월급의 67%를 받고, 성년이 된 후에도 평생 57%를 받게 되었습니다(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됩니다).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때는 제가 아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로서 원고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승소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재는 때로는 한 가정의 미래를 좌우하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을 허망하게 잃은 슬픔에 겨워할 여유조차 없이 어린 아이들과의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쳤을 원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만약 패소했으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직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1심에서 패소하면 항소까지는 거의 예외없이 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한 다음에 '소송비용 각자 부담'으로 조정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항소기각 받을 것이 뻔하니까 원고의 변호사비용과 인지송달료를 물어주지 않겠다는 심보입니다. 승소 후 받는 유족급여에 지연손해금을 왕창 가산해주면 무의미하게 항소하여 지친 원고로 하여금 변호사비용을 포기하도록 하지 못할텐데 아쉽습니다(현재는 원금만 지급합니다). 저는 '소송비용 피고 부담으로 조정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여 관철시켰습니다. 

 ‘저의 첫 산재 사건은 그야말로 해피엔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