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귀 변호사의 승소사례40

▶채용내정 상태에서 채용을 취소한 사건에서 승소한 사례

안녕하세요. 달리는 변호사 달변 김종귀 변호사입니다.

채용취소란?

오늘은 저의 채용취소 사건 승소 사례를 가지고 말씀을 드려겠습니다. 채용취소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했다가 취소한 건데요, 통상적으로 채용취소 사건이라고 부르는 사건은 근로자가 채용 합격통보를 받고 나서 첫 출근을 하기 전에 채용이 취소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채용내정취소가 더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출근 이후에 하는 채용취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첫출근 이후 채용취소는 기본적으로는 해고라고 봐야 합니다. 

허위 이력서 제출 케이스

허위 이력서 제출 케이스는 첫 출근 후에도 채용취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해고와 다른 특수한 면이 있습니다. 본래 의미의 채용취소, 그러니까 채용내정취소와는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위 이력서 제출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을 사기를 이유로 취소할 수도 있고, 근로자를 해고할 수도 있습니다. 

근로자가 제출한 이력서 내용을 믿고 채용했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생각만큼 일을 잘 못해서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어 확인했는데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부풀리거나 좋게 포장한 정도는 괜찮은데 경력을 속였다고 느낄 정도로 허위로 기재했다면 그런 직원을 데리고 계속 일하기는 어렵겠죠? 이때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킬 수 있는 방법에 2가지가 있는 것입니다. 

먼저 사기를 이유로 취소하는 방법입니다. 민법 110조에는 사기나 강박으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사용자를 기망했고, 사용자가 거기에 속아서 근로계약 체결을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했음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절차를 거쳐서 그 근로자를 해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취업규칙에 허위 이력서 제출 행위를 해고사유로 규정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로계약을 사기로 취소하는 거랑 해고하는 거랑 절차적으로 차이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사기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면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더 간편한 면이 있습니다. 해고사유로 보고 해고 절차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려면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절차적 부담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사기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기로 인정될 수 있는 허위 이력서 작성과 해고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허위 이력서 작성의 범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이력서 작성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사기라고 하려면 허위 기재의 정도가 심해야 하기 때문에 사기로 인정되는 범위가 해고사유로 인정되는 범위보다는 더 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징계 절차를 거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원래 민법상 취소는 소급효가 있지만 근로계약은 사용자가 사기를 이유로 취소를 해도 소급효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므로 근로계약취소 전까지 일한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임금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사기를 이유로 한 근로계약 취소와 징계해고의 효과상 차이가 별로 없으니 좀 더 안전하게 징계절차를 거쳐서 해고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청구취지 구성 방법

제가 예전 영상에서 채용취소 사건은 해고무효확인청구가 아니라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해고는 근로계약관계가 시작된 다음에 하는 건데 채용취소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은 되었지만 근로계약관계가 개시되기 전에, 그러니까 첫출근을 하기 전에 하는 거라서 해고무효확인청구가 아니라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청구를 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예를 들어서 연봉을 6천만원으로 약정을 하고 2024년 8월 26일이 첫 출근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2024년 8월 19일에 채용취소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청구취지에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4년 8월 19일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4년 8월 26일부터 복직시까지 월 5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렇게 들어가는 것은 안 맞고요,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4년 8월 26일부터 출근명령시까지 월 5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런 식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 형태로 진행해도 되는데요, 저는 이번 사건을 진행하면서 청구취지를 쓸 때 그냥 사건 성격에 맞게 채용취소무효확인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예시를 가지고 말씀드리면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4년 8월 19일자 채용취소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4년 8월 26일부터 출근명령시까지 월 5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렇게 청구취지를 구성했는데 법원에서 판결문에 그대로 받아줬습니다.

다만 부당해고구제신청 절차에서는 채용내정취소 건도 부당해고구제신청으로 받아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위원회로 가시는 경우에는 채용취소를 해고로 보고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위에서 든 예를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한 2024년 8월 19일자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와 같이 신청취지를 구성하시면 됩니다. 

사건 개요(빡침 주의!)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사건이 어떻게 소송까지 이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고는 50대 초반의 남자 분이셨는데, 해외 유학도 다녀오셨고 피고 회사에 입사 신청을 하실 당시에는 대기업에서 고액연봉을 받고 계셨습니다. 피고 회사는 같은 업종이었지만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원고가 대기업에서 성과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으셨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규모는 작더라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자리를 옮겨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피고 회사에 지원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력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직을 할 때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먼저 내지 않고 다음 회사에 채용이 확정된 다음에 사직서를 냅니다. 원고도 기존 회사에 재직을 한 상태에서 면접일에 연차휴가를 내고 피고 회사에 면접을 봐서 합격통보를 받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는 피고 회사에 언제부터 출근할지를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피고 회사 사장은 급하다면서 원고한테 ‘최대한 빨리 기존 회사를 정리하고 피고 회사에 출근해달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실제로 피고 회사는 급하게 처리할 일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는 피고 회사에 정식 출근을 하기 전부터 피고 회사 사장이 시키는 일을 바로 시작했었습니다. 사장이 직원을 뽑으려고 한다면서 ‘이력서 들어온 것 좀 검토해달라’고 해서 그 일을 했고, ‘본사 사무실을 옮기려고 하니까 괜찮은 부동산 물건 좀 물색해달라’는 지시를 받고 원고가 여기저기 임장을 가서 사장한테 보고도 했고, ‘피고 회사 명의로 임차한 건물에 매장을 오픈하려고 하는데 주차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아봐 달라’는 지시도 잘 이행했습니다. 정식 출근 전부터 일을 시작한 겁니다. 그런 상황이어서 원고는 최대한 서둘러서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고 사직서까지 제출했고요, 그 직후에 피고 회사의 사장과 정식 출근일까지 열흘 정도 후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식 출근 날짜까지 정한 바로 다음 날에 사장이 원고한테 카톡으로‘회사 사정이 어렵고 회사랑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면서 채용을 취소해버렸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완전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빨리 출근해 달라고 해서 원래 다니던 회사에 좀 미안할 정도로 서둘러 정리하고 정식 출근일까지 정했는데 바로 다음 날에 채용취소를 당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이었을지 여러분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사장이 전화로 ‘사정이 이러이러 해서 채용이 어렵게 되었으니 이해해달라’ 그렇게 말하면서 ‘위로금으로 3달치 급여를 주겠다’ 이런 식으로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는데, 카톡으로 일방적으로 채용취소를 해버리니까 원고 입장에서는 너무 불쾌했고, 이미 피고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주겠다는 말한마디도 없이 카톡으로 채용취소를 해버리니까 원고는 진짜 대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고가 그 채용취소 카톡을 받고 피고 사장한테 전화를 바로 해서 ‘한 집의 가장인데,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자마자 채용을 취소하면 어떡하냐.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따졌는데요, 피고 사장은 ‘능력 좋은 분이시니까 다른 데에 금방 취업되실건데 너무 따진다. 법대로 하려면 해라’ 그런 식으로 말해서 원고가 정말 대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에서 언급드리겠지만, 원고가 이력서를 조금 부풀려서 쓴 것이 있어서 피고 회사가 소송에서 근로계약을 사기를 이유로 취소하겠다는 주장을 했었는데요, 피고 회사가 너무 막장이라고 할 정도로 잘못 처신을 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피고 회사의 사기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 법리적인 관점을 최우선으로 하기는 하지만 판사님도 사람인지라 심리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송에서는 심리적인 측면

피고측 주장 개요

채용취소 사건에서 피고측이 첫 번째로 하는 주장은 최종합격이 안 됐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하는 주장은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채용취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 회사는 이 3가지 주장을 다 했습니다. 

최종합격 사실 인정

이 사건 같은 경우 ‘최종합격을 축하합니다’ 같은 전형적인 합격통지 문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피고 회사는 원고가 최종합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 같은데, 전형적인 합격 통보 문자는 없었지만, 피고 회사 사장이 원고한테 ‘같이 일하게 돼서 기쁘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최종 합격을 전제로 일을 시킨 증거가 문자와 카톡으로 다 남아 있었고, 정식 출근일까지 정한 녹음파일도 있어서 최종합격 사실은 쉽게 증명이 됐습니다. 최종 합격 사실은 증거나 정황상으로 너무나 명백한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었는데 피고측 변호사가 상당히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겁니다. 변호사는 대리인으로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주장을 최대한 나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상대방한테 너무 쉽게 반박당하거나 명백한 증거나 정황과 충돌이 되는 주장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막 던지듯이 주장을 하면 판사가 그 변호사의 변론능력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데도 억지스럽게 부인을 하면, 판사가 ‘저 변호사는 좀 이상하구나’라고 생각을 해서 그 변호사가 옳은 주장을 해도 안 받아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은 좀 아니다 싶더라도 가급적 의뢰인이 해달라는 주장을 해주는 경향이 있는데요, 저는 그런 식으로 변론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송무를 하다보면 자기 주장이 강한 의뢰인이 가끔 있고, 어떤 주장을 꼭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해달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저도 저년차 변호사 때는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가 만약 안 좋은 경우에 의뢰인이 ‘그 주장을 안 해서 졌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냥 해달라는 식으로 해주는 것이죠. 이 사건의 경우에 최종 합격 사실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피고측 변호사가 그 사실을 억지스럽게 부인했기 때문에 피고 회사에 오히려 더 마이너스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는 변호사보다 의뢰인께서 더 잘 아시기 때문에 변호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법리적인 측면이나 소송전략에 대한 부분은 소송 경험과 법률지식이 더 많은 변호사의 의견을 따라 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조건 합의 인정

채용취소 사건에서 피고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주장은 ‘임금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채용취소 사건은 근로계약서가 작성이 안 돼서 사건화가 되는 겁니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사건이죠. 근로계약서가 없으니까 원고한테 합의된 연봉에 대한 증거가 없을 것으로 보고 피고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 근로계약이 성립했다라고 하려면 가장 핵심적인 것이 급여조건인데, 면접 때 연봉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대략적으로라도 합의가 돼서 합격통보가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당연한 건데 막상 소송을 진행하면 사측은 십중팔구 ‘급여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여기서 입증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근로계약이 성립했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급여조건에 대해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를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고 입증을 못하면 근로자가 질 수도 있는 것이죠. 사측도 그것을 잘 아니까 근로자측에 증거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임금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을 하는 겁니다. 채용공고에 급여가 얼마인지 적혀 있는 경우는 별로 쟁점이 안 되겠지만 ‘면접시 협의’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협의’라고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근데 다행히 원고가 자동녹음어플을 핸드폰에 깔아놨기 때문에 사장과 통화한 내용이 다 녹음되어 있었고, 그 녹음한 대화에 합의한 연봉 금액이 들어가 있어서 연봉도 쉽게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녹음파일이 없었으면 합의한 연봉을 증명하기가 어려워서 난감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원고가 녹음을 해놓은 덕에 수월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연봉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그럴 때는 증거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 방법은 좀 뒤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채용취소사유 불인정

피고 회사는 ‘원고를 채용할 때 회사가 적자 상태였고, 경영상태가 많이 악화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채용취소가 정당하다는 주장도 했었는데,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질 확률이 거의 없는 주장입니다. 원고를 채용한 후에 갑자기 경영상태가 악화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며칠 사이에 경영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원고한테 최종합격을 통보한 직후에 회사에 큰불이 나는 등 천재지변 때문에 채용이 어렵다고 한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데 채용취소가 정당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근로계약 사기 취소 주장 배척

피고 회사도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주장들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을 했는지 소송 중에 예비적으로 ‘원고가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서 준비서면으로 사기로 인한 근로계약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그때가 해고된지 8달 정도 지난 때였는데요, 피고 회사는 먼저 근로계약을 사기를 이유로 취소하겠다고 준비서면으로 통보를 하고 나서 원고의 허위 이력을 증명하겠다면서 국세청 자료를 받아보겠다고 법원에 증거 신청을 했습니다. 국세청에 조회를 하면 연도 순으로 각종 소득이 나오는데, 그 자료로 원고의 실제 근무경력과 원고가 이력서에 기재한 근무경력을 대조해서 원고가 허위 이력서를 작성했다고 주장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먼저 국세청 회신을 받아보고 나서 실제 경력이랑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이 다르니까 사기 취소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지만, 사용자가 사기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해도 소급효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에 사기 취소를 할 때까지 발생한 임금은 지급해야 하니까, 즉 국세청 회신이 법원에 들어올 때까지 그만큼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급여가 계속 늘어나니까 우선 사기 취소부터 하고 국세청 자료를 신청한 것입니다. 

국세청 회신 결과 원고가 경력을 사실과 조금 다르게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긴 했습니다. 경력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여러 회사에서 일한 기간을 한 회사로 몰아서 기재한 것이 좀 있었습니다. 회사를 자주 옮기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서 경력을 몰아서 쓰신 거죠. 원고가 경력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내용이 나오니까 피고측은 집요하게 허위 이력서 작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기 취소 주장을 했는데요, 법원은 피고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 입장을 살펴보면, 판례는 ‘사용자가 이력서 기재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근로계약에 대한 사기 취소를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실제로는 판매 경력이 한 달밖에 없었는데 5년 경력이 있다고 이력서에 기재한 사안에서 사기 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원고 사건의 경우에 여러 회사의 경력을 한 회사로 몰아서 쓴 것을 피고 회사의 사장이 알았더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것 같긴 한데, 근로계약을 체결했어도 다른 조건으로 체결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 않나 싶어서 조금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재판부가 사기 취소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피고 사장이 이력서만 보고 원고를 채용한 것이 아니었고, 면접을 두 번이나 하면서 원고의 업무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채용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원고의 이력에 대해서 전혀 문제삼지 않다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니까 그제서야 허위 이력이라고 주장한 부분도 감안한 것 같습니다. 만약 이력서를 믿고 뽑았는데 일을 막상 시켜보니까 원고가 일을 못해서 채용취소를 했다면 피고 회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렵고 회사랑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유로 채용취소를 해놓고 이력서를 문제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수습기간으로 종료 주장 배척

1심에서 전부승소를 했는데 피고 회사가 항소를 했습니다. 피고는 항소심에서 채용공고를 근거로 정상적으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면 원고와의 근로계약에 수습기간이 설정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는 본 채용을 거부했을 것이니 3개월만에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로계약이 성립되었어도 3개월치 임금만 주면 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고등법원 재판부도 일단 수습기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을 했습니다. 채용공고에 ‘수습기간 3개월’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었으니까 수습기간은 인정해준 것이죠. 하지만 수습기간 종료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라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데, 재판부는 카톡으로 통보한 것을 서면으로 통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리고 카톡으로 통보한 내용은 정당한 수습해지사유도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의 수습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심도 승소를 했고, 피고 회사가 상고를 하지 않아서 확정되었습니다. 

증거수집 노하우

다른 사건도 그렇지만 채용내정취소 사건은 증거수집이 참 중요합니다. 근로계약이 성립했다는 사실을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최종합격을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고, 월급이나 연봉을 얼마로 하기로 했는지, 또 첫출근일을 언제로 정했는지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채용공고에 세밀한 내용이 있으면 괜찮은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통화녹음이나 문자화된 증거를 확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당하셔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미 채용취소를 당하신 후라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있으실텐데요, 사후적으로라도 증거를 확보하실 수 있다면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회사 담당자와 통화를 하셔서 최종합격사실이랑, 첫출근일, 그리고 급여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통화를 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회사 담당자한테 ‘제가 그때 최종합격 통보를 받아서 다른 회사도 안 알아보고 있다가 지금 손해가 막심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회사 담당자가 ‘최종합격 통보를 한 적이 없는데요?’라고 하지 않으면 최종 합격 사실을 자연스럽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이고, ‘제가 정상적으로 출근했으면 오늘이 9월 10일이니까 벌써 출근한지 일주일 되었을 건데 백수 상태로 집에 있으니까 너무 괴롭습니다’이런 식으로 말하면 회사 담당자가 당연히 반박 안 하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첫 출근일이 9월 3일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보상금을 요구함으로써 급여조건을 증명하는 대화를 하실 수 있습니다. 가령 ‘세달치 월급을 손해로 배상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때 연봉을 4,800만원으로 하기로 했으니까 1,200만원을 배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는 거죠. 그래서 회사가 실제 배상을 해주면 소송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배상을 안 해주면 소송에서 증거로 쓰실 수 있을 겁니다. 근데 회사한테서 배상을 받은 다음에 소송을 거는 것은 신의칙 위반으로 각하가 될 수가 있으니, 소송을 해야겠다고 작정하셨다면 세달치가 아니라 1년치 급여를 달라고 요구하시면 회사가 거절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1년분을 요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승산이 높은 케이스

채용내정취소 사건의 경우에 상담이 가끔 들어오는데 소송까지는 잘 안 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했다가 부당하게 채용취소를 당하신 분들은 소송을 하시려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초년생인 분들은 소송까지는 잘 안 하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소송을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채용취소를 당한 직후에는 너무 기분이 불쾌해서 소송을 알아보시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데에 취업이 되고 그러면 ‘그냥 잊어버리자’라고 생각하시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송을 안 하고 잊어버리시는 것이 맘이 더 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시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해고 사건에 비하면 채용취소 사건은 근로계약 성립만 증명하면 승산이 높은 사건이고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해도 중간수입공제법리상 70%를 받을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채용내정취소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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