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회사도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주장들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을 했는지 소송 중에 예비적으로 ‘원고가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서 준비서면으로 사기로 인한 근로계약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그때가 해고된지 8달 정도 지난 때였는데요, 피고 회사는 먼저 근로계약을 사기를 이유로 취소하겠다고 준비서면으로 통보를 하고 나서 원고의 허위 이력을 증명하겠다면서 국세청 자료를 받아보겠다고 법원에 증거 신청을 했습니다. 국세청에 조회를 하면 연도 순으로 각종 소득이 나오는데, 그 자료로 원고의 실제 근무경력과 원고가 이력서에 기재한 근무경력을 대조해서 원고가 허위 이력서를 작성했다고 주장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먼저 국세청 회신을 받아보고 나서 실제 경력이랑 이력서에 기재된 경력이 다르니까 사기 취소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지만, 사용자가 사기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해도 소급효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에 사기 취소를 할 때까지 발생한 임금은 지급해야 하니까, 즉 국세청 회신이 법원에 들어올 때까지 그만큼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급여가 계속 늘어나니까 우선 사기 취소부터 하고 국세청 자료를 신청한 것입니다.
국세청 회신 결과 원고가 경력을 사실과 조금 다르게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긴 했습니다. 경력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여러 회사에서 일한 기간을 한 회사로 몰아서 기재한 것이 좀 있었습니다. 회사를 자주 옮기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서 경력을 몰아서 쓰신 거죠. 원고가 경력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내용이 나오니까 피고측은 집요하게 허위 이력서 작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기 취소 주장을 했는데요, 법원은 피고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 입장을 살펴보면, 판례는 ‘사용자가 이력서 기재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근로계약에 대한 사기 취소를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실제로는 판매 경력이 한 달밖에 없었는데 5년 경력이 있다고 이력서에 기재한 사안에서 사기 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원고 사건의 경우에 여러 회사의 경력을 한 회사로 몰아서 쓴 것을 피고 회사의 사장이 알았더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것 같긴 한데, 근로계약을 체결했어도 다른 조건으로 체결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 않나 싶어서 조금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재판부가 사기 취소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피고 사장이 이력서만 보고 원고를 채용한 것이 아니었고, 면접을 두 번이나 하면서 원고의 업무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채용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원고의 이력에 대해서 전혀 문제삼지 않다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니까 그제서야 허위 이력이라고 주장한 부분도 감안한 것 같습니다. 만약 이력서를 믿고 뽑았는데 일을 막상 시켜보니까 원고가 일을 못해서 채용취소를 했다면 피고 회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렵고 회사랑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유로 채용취소를 해놓고 이력서를 문제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